금융감독원이 KB와 신한 등 국내 금융지주사들의 고배당 움직임을 재차 강도 높게 비판했다.
권혁세 금감원장은 16일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지주사 회장들과의 간담회에서 “금융위기 상황에 대한 대응능력을 높이고, 2013년부터 금융지주사에도 적용되는 ‘바젤Ⅲ’ 기준에 맞추려면 배당보다는 자기자본 확충에 신경써야 할 때”라며 “현재 상황에서 금융지주사의 고배당 추진은 문제가 많은 것 같다”고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바젤Ⅲ는 금융기관의 건전성 규제를 강화하기 위해 자기자본을 늘리도록 하는 국제기준으로, 현재 국내 금융지주사의 바젤Ⅲ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평균 13.5%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금융지주사들은 2013년부터 바젤Ⅲ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최소 10.5% 이상으로 맞춰야 하는데, 이때 자본인정 조건이 엄격해져 현재보다 2~3% 포인트 가량 비율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앞으로 신종자본증권의 보완자본 인정 기준도 까다로워진다”며 “권 원장의 지적은 주주가치 극대화도 좋지만 현재로선 위기대응능력을 갖추는 게 먼저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앞서 권 원장은 지난 달 19일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세미나에서도 금융지주사들의 고배당 움직임에 대한 질문에 “그 부분은 좀 따져봐야 한다”며 “배당할 충분한 수준이 되는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 원장의 이날 발언에 대해 일부 금융지주사 회장들은 그러나 “ 배당성향을 낮추면 외국인 자금이 이탈하고 주가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배당 자제 권고에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그러나 회의 직후 고배당 논란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은행의 건전성을 강화하자는 취지에서 의견을 나눴다”며 “적극적으로 대응해 주실 것이다”고 언급했다.
김 위원장 주재로 열린 이날 간담회에는 어윤대 KB금융 회장,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 한동우 신한금융 회장,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 강만수 산은지주 회장이 참석했다.
<윤재섭 기자@JSYUN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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