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수수료 물더라도 커미디트라인 늘려라” 주문
은행들이 위기에 대비한 ‘달러 비상금’을 위해 20억달러에 달하는 ‘구속성 외화자금’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속성 외화자금은 금융기관 사이에 비용부담 없이 신용공여 한도를 정해두는 ‘크레디트라인’(credit line)이 아니라, 0.25~0.75%에 달하는 수수료를 내는 대신 한도까지 반드시 빌려줘야 하는 ‘커미티드라인’(committed line) 설정을 통해 확보된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자본시장에선 외국인이 우리나라의 투자금을 빼내가고 국내 투자자도 해외에서 투자금을 회수했지만, 은행 외화차입은 6개월만에 546억달러가 일방적으로 회수돼 신용경색을 초래한 바 있다.
금융감독당국의 한 고위 관계자는 10일 “은행들에 가급적이면 기존의 ‘크레디트라인’을 버리고 ‘커미티드라인’으로 대체하도록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과거 크레디트라인에 기댔다가 차입 한도를 줄이거나 자금 공급을 거부하는 등 ‘뒤통수’를 맞은 경험이 적지 않다”며 “이 때문에 웃돈을 주더라도 커미티드라인으로 전환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은행들이 외국 금융기관과 설정한 커미티드라인 규모는 정확히 파악되지 않지만 20억달러 가량 되는 것으로 시장에서는 관측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기존에 일본 미즈호, 미쓰비시은행 등과 체결한 9억달러 이외에 지난 3월 영국 스탠다드차타드은행과 1억달러 짜리 커미티드라인 약정을 체결해 총 10억달러로 맞췄다.
우리은행은 이달 안에 외국계 은행 몇 곳과 5억달러 규모의 커미티드라인을 체결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하나, 기업, 수출입, 농협 등도 3000만~1억달러 짜리 비상외화 공급약정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등 관련부처는 외화 공급선 다변화 차원에서 중동 자금을 대안으로 검토하고 있다. 은행 외화차입의 64%가 유럽과 미국계여서 중동이나 중국 등 아시아 국가로 넓힐 필요가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8일 중동지역 금융을 늘리는 방안을 찾도록 금융위에 지시했다.
<신창훈 기자 @1chuns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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