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위기의 카드사
수수료 인하 압박 가중수익성은 날로 저하
시장도 이젠 포화상태
KB 선포인트로 대출금상환
신한 은행·증권사와 연계 등
캡티브통해 경쟁력 확보 치열
신용카드 업계가 생존전략 찾기에 분주하다. 카드 시장규모는 커지고 있지만, 경쟁심화와 각종 수수료 인하 등으로 인해 수익성과 건전성 모두 위협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헤럴드경제는 4회에 걸쳐 카드업계가 처한 위기상황과 이를 타개하기 위한 카드사들의 전략을 소개하고 지속성장을 위한 발전방안을 함께 고민해 보는 기획을 준비했다.
# 지난 10일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카드사의 당기순이익이 전년보다 46.1% 증가한 2조7243억원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카드업계는 일회성 요인이 많았을 뿐 실제 순이익은 1조6988억원에 그친다는 자료를 즉각 내놨다. 좋은 실적 앞에서 제대로 웃지도 못하고 ‘어렵다’는 하소연을 늘어놔야했다. 왜 그래야만 했을까.
카드업계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KB국민카드 등 은행계 카드사의 분사로 인해 경쟁이 심화된 데다 수수료 인하 압박 등으로 수익성이 날로 저하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카드사들이 이 같은 안팎의 상황으로 인해 조만간 ‘빅뱅’을 맞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아울러 카드업계가 앞으로 내실있는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서는 신규 수익원 발굴 등의 노력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적 좋은데, 앓는 소리 왜?= 지난 2일 공식출범한 KB국민카드는 업계의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은행에서 독립하면 빠른 의사결정과 공격적 마케팅 전략이 가능해진다. 업계 2위인 KB국민카드의 분사에 따라 카드사들의 경쟁이 심화될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농협, 우리은행 등 은행계 카드사의 추가 분사 움직임도 포착된다. 또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에 따라 하나SK카드와 외환카드가 손을 잡는 것도 변수로 떠올랐다.
무엇보다 국내 신용카드 시장은 경제활동인구 1인당 신용카드 4장을 가진 포화상태다. 그간 신용카드 시장이 비약적으로 성장함에 따라 높은 순이익을 거뒀지만, 카드사들의 고민은 과연 현재 수준을 앞으로도 유지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현금서비스 수수료, 가맹점 수수료 등 각종 수수료 인하 압박과 실제 인하로 이어지는 과정은 카드사에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카드사의 위기감은 곳곳에서 포착된다. 신용판매만 해서는 수익을 낼 수 없다는 위기감에 카드론이 급격하게 늘어나는 모습도 한 단면이다. 정희수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각종 수수료율 인하와 현금대출에 대한 충당금 적립 기준 강화 등의 영향으로 이용액 증대에 따른 수익효과를 희석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신금융협회도 비경상적 영업수익 감소와 체크카드 가맹점수수료 인하, 그리고 중소가맹점 기준 단계적 확대로 올해 카드업계 예상 수익이 전년대비 큰 폭으로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MS 경쟁 넘어 신규수익원 찾아야= 업계에서는 올해 2위 경쟁을 비롯해 시장점유율(MS)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마케팅비용률은 지난해 1분기 23.5%에서 4분기 27.6%로 증가했다.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지만 치열한 경쟁 구도 속에 마케팅 비용을 줄일 수도 없는 ‘진퇴양난’이다.
과열경쟁 우려가 커지자 카드사들은 고객 중심 원칙을 내세우며 MS 경쟁을 자제하겠다고 나선 상황이다. 이재우 신한카드 사장은 올 초 “무분별한 가격과 할인의 경쟁을 지양하고, 가치 중심의 경쟁을 주도하겠다”며 “신규수익원 확보는 생존의 필수조건으로 금융, 통신, 유통 등의 컨버전스 사업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겠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수익원을 찾아나서는 것은 생존을 위한 카드사들의 당면과제다.
캡티브(Captive) 시장을 통한 경쟁력 확보 노력도 치열하다. 현대카드의 자동차, 롯데카드의 유통 등에 이어 금융지주사 산하의 카드사들은 금융상품을 통한 시너지 증대에 힘쓰고 있다. 신한카드가 계열사의 은행, 증권사와 연계한 에스모어 포인트를 내놓은데 이어, 최근 분사한 KB국민카드는 선포인트로 KB국민은행의 대출원리금을 최대 50만원까지 갚는 상품을 내놨다. 또 SK텔레콤이 49%의 지분을 가진 하나SK카드와 KT가 대주주인 BC카드는 모바일 부문에서 신성장동력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오연주 기자 @juhalo13>
oh@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