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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급 220만원? 어찌 살라고”…일본인도 외국인도 日 취업 외면
5% 넘는 임금인상에도 실질임금은 23개월 연속 하락
해외 유학생도 줄어드는 추세
일본 도쿄 시부야에서 보행자들이 길을 걷고 있다. [EPA]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최근 엔달러 환율이 지난달엔 달러당 160엔을 돌파하는 등 엔화 약세가 이어지면서 평균 연봉이 적다고 느낀 취업준비생들이 일본 취업을 기피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올해 엔화 약세에 수혜를 입은 일본의 수출기업들이 5%가 넘는 인금 인상을 단행했으나 물가를 반영한 실질임금은 23개월 연속 하락해, 일본 현지인들을 비롯해 외국인 취업준비생들의 일본 취업 선호도가 줄어들고 있다고 8일 보도했다.

“연봉 300만엔(2642만5000원)으로 일본에서 살 수 있을까요?”

‘아시아 투 재팬(ASIA to JAPAN)’ 일본 취업 지원 회사 사장인 미카메 마사토는 중국 상해에서 중국 대학생들에게 이같이 물었다. 그가 일본 기업의 신입사원 1년 연봉과 도쿄 내 생활비를 설명하자 학생들의 얼굴은 어두워졌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그가 제안한 연봉은 우리나라 올해 최저임금(연봉 기준 2473만원)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미카메 사장은 “10년 전까지만 해도 일본 기업의 연봉을 소개할 때마다 중국 학생들이 환호했지만 지금은 반응이 없다”며 “최근 엔저로 막대한 타격을 입었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을 비롯해 대만, 한국 등에 있는 우수한 학생들을 뽑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일본의 물가상승률은 3.1%로 4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반면 실질임금은 2.5% 감소해 일본인들의 체감 경기는 혹독하게 나빠졌다.

일본의 임금 수준은 다른 선진국과 비교해 낮은 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의 최근 데이터에 따르면 달러로 환산한 각국의 평균 임금은 38개국 중 일본은 25위에 그쳤다. 1980년대 부동산, 주식 시장의 버블 형성과 일본 중앙은행의 정책 실패로 인한 급격한 버블 붕괴 후유증으로 일본의 물가와 임금이 세계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닛케이는 설명했다.

일본 현지인들도 해외 취업을 선호하는 경향이 늘었다. 일본 워킹홀리데이협회의 한 관계자는 “엔저 지속으로 해외에서 돈을 벌려는 사람이 증가하고 있다”며 “가장 인기있는 나라는 호주”라고 밝혔다. 그는 “호주의 최저 시급은 2300엔(약 2만원) 정도로 음식점이나 옷가게, 농장 등에서 일을 하고 1년에 100만엔(약 881만2000원)~200만엔(약 1762만4000원)을 모으는 사람도 많다”고 덧붙였다.

일본 나라현 출신의 후쿠모토 츠카사(30)는 지난해 11월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취득해 캐나다 토론토로 건너가 레스토랑 조리 스태프로 일하고 있다. 시급은 22캐나다달러(약 2만1847원)로 노동시간은 평균 주 40시간이다. 츠카사는 “팁을 포함해 월수입은 40만엔(약 352만3500원)을 넘는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일본 정부는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발급받은 일본인은 지난해 6월까지 1년 동안 1만4398명을 기록하며 조사를 시작한 2006년 이래로 가장 많았다고 밝혔다.

해외 취업자들의 수는 증가하지만 유학생들은 적어지고 있다. 유학 생활비를 감당하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해외 유학 지원 센터의 한 담당자는 “대학생의 유학은 감소하는 경향”이라고 말했다.

와타나베 마코는 지난 3월 대학을 졸업한 후 9월 한국어학원에 입학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그는 1년 학비와 기숙사비가 모두 1000만원이 넘는다며 “이전에 원화로 미리 환전할걸 그랬다”며 토로했다고 닛케이는 보도했다.

mokiy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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